'Life'에 해당되는 글 26건

  1. 태안 주말 여행 (24) 2007/07/29
  2. 종합 병동 2007/06/16
  3. 딸에게 받은 선물 (7) 2007/06/11
  4. 돌아온 휴대폰 (2) 2007/05/30
  5. 어제의 사건, 사고 (4) 2007/05/23
  6. 연애 (12) 2007/04/04
  7. 풍경 (2) 2007/03/19
  8. 서진이 리포트 2007/02/27
  9. 어린이집 OT & 삼각지 평양집 (1) 2007/02/23
  10. 용민이 오빠에게서 배우는 관계형성 (3) 2007/02/20
  11. 크리스마스 케잌 (1) 2006/12/24
  12. 오늘 마주친 두 명의 아이 2006/12/22
  13. 기분을 풀어주는 사진 (4) 2006/11/29
  14. 한강 돗자리 와인 파티 (2) 2006/09/07
  15. 늦은 여름 휴가 2006/09/04
  16. 삶의 기록 (3) 2006/08/17
  17. 낙천적 2006/05/31
  18. Chris Botti 2006/05/29
  19. 노인이 된다는 것 2006/05/29
  20. D-8 첫 돌 2006/05/20
  21. 5월은 잔인한 달 (1) 2006/05/20
  22. 블로그 (2) 2006/04/24
  23. 정말 아찔했던 말 (3) 2006/04/10
  24. 양수리에서 본 하늘 2002/09/28
  25. 아버지 돌아가신 친구가 게시판에 남긴 글.. 2002/09/27
  26. ... 2002/09/26

태안 주말 여행

from 분류없음 2007/07/29 03:43

다녀온지 벌써 3주가 지났네..

몽산포 해수욕장에서 모래성 쌓기 삼매경에 빠진 서진양.



바닷물에도 안 들어가겠다. 갯벌이나 모래도 절대 밟지 않겠다 고집부리더니



막판에 외할머니 덕에 모래 장난에 맛을 들여서



채집광 이모네 식구들이 게며 조개며 한가득 주워 돌아오고



이제 그만 짐싸서 가자고 한참을 어르고 달랬는데도



들은척 않고 노는 바람에, 다들 차 문 열고 이 아이만 기다렸다...

파도리 해수욕장은 생각보다 물이 맑고 차가웠는데



이곳에 가면 모두들 동글 동글 색색깔의 예쁜 돌 줍기에 정신없어진다.

서진이는 남이 기껏 주운 예쁜돌 가져가서 바다에 확 던지기,
파도에 밀려온 미역줄기 사람들한테 먹으라고 주기.. 를 열심히 하다가
수영복도 안입은 채로 과감해져선, 저 혼자 풍덩 풍덩 빠지며 놀았다.

Tag // Life, 여름, 태안

종합 병동

from 분류없음 2007/06/16 00:22
병문안을 다녀왔다.

병원 밖 세계에선
작은 것에도 욕심내고 조금이라도 지곤 못산다며 박터지게 경쟁하고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남이야 다치든 말든, 마음 속으로 죽이기도 여러번 ...
그렇게 정신없이 핏대올리며 살다가 병원이란 다른 세상에 가면

그곳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산책나와 잠이 든 어린 아이가 있다.
힘없는 다리를 한발 한발 끌며 링거를 들고 걸어가는 젊은이가 있다.
긴 병수발에 간이침대 같은 표정이 되어버린 마른 노모가 있다.

엘리베이터 10층을 오르는 동안
아버지를 넘어뜨린 병이며 차가운 의사며 부조리한 체계에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빚과 궁색한 집안사정이며 그렇게 살게 만든 아버지까지
모두에게 '짜증나. 전부 짜증나' 라고만 낮게 내뱉는 덥수룩한 머리의 소년도 만난다.

그리고.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X표시된 이름표들이 나란히 붙은 방을 수없이 지나,
원인도 모르며 뇌수술을 받고 실밥을 뗀 수술자국이 선명한 서른세살의 청년이 누워있는 병실로 간다.

수술 받기 전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고모. 나 누구를 해코지 한 적도 없고 크게 잘못한 일도 없고 착하게만 살아왔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막막하게 물어봤다는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선한 눈빛 그대로 한살배기가 되어있다.

수술후 한동안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헤메다
일반병실로 옮겨 재활 치료도 받고 많이 좋아진 상태라.
오랜 간호 뒤인데도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나,
웃음 하나, 반사작용일지도 모를 손짓 하나에 하루 하루가 다르다 한다.

어쩐 일로 허허 웃어보이는 그에게
'이제 웃네. 니 그래 되고 고모가 젤 많이 울었재?'
엄마는 눈이 또 빨개진 채 웃어주는 게 마냥 고맙기만 하다.

멀쩡하더니 중국어도 잘하고 일본인 여자친구도 있더니
하루아침에 가족도 몰라보고 말도 몸짓도 잃어버리고
까까머리에 눈만 껌뻑거리는 걸 보고있자니 나는 기만 막힌다.

앙상한 뺨과 팔 다리가 안쓰럽다가 문득 오빠 키가 이렇게 컸었나,
껑충한 키가 오히려 사무친다.

오늘은 새로운 무엇을 하더라 하나씩 좋아지니 그게 재미네.
몇개월은 다 그렇단다. 머리 속 피도 마르고 하면 더 좋아질거다.
젊으니까 재활하고 그러면 빨리 돌아올거다 주고받다가
'너희 엄마가 집에도 못가고 니 이만큼 살려냈데이. 니 알지?'
우리는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실밥 뽑았으니 이따 목욕 시켜 볼란다. 딸래미 기다리니 들어가거라
돌려보내는 손길을 잡아 고생하세요. 오빠 안녕.
표정관리 되지 않는 목잠긴 웃음으로 돌아선다.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병문안 종합세트인 과일 바구니며 음료수박스, 통조림을 거두며
가판대 아줌마도 집에 갈 준비를 한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당신 손을 잡는 것, 콩닥콩닥 뛰는 내 아이 가슴을 느끼는 것,
말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걸어가는 것,
사람들이 바라는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딸에게 받은 선물

from 분류없음 2007/06/11 18:59

출근해서 한참 정신없이 일하다가
기름 종이 꺼내려고 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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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깊숙히 서진이가 짱돌을 넣어둔 게 아닌가!
어제 뒷산 산책갔을 때 주워들고와 손 씻을 때도 놓지않고
같이 닦았던 그 짱돌을..

짱돌 쥐고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인가?
음.. 엄마 아빠 결혼 3주년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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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임진종묘사에서 보내온 너만으로 충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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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양도..
아빠 양말이 탐나 훔쳐 신고, 그네 타다 지쳐 쓰러지는 날이 있더라도
언제나 지금처럼 씩씩하거라!


Tag // Life, 아이

돌아온 휴대폰

from 분류없음 2007/05/30 00:34
술 먹고 잃어버린 폰 때문에 제대로 신고식했다.

사건 다음날 분실 신고와 위치 조회와 각종 조치를 취해
주인 잃은 폰의 위치는 지도 위에 생생히 볼 수 있었으나
전화해도 받지 않고 연락할 길이 없어 발만 동동.

시간별로 위치 조회를 해보면
상계동-마포-종로-망우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게 아무래도 택시 안에 있는데 기사가 아직 발견 못했나
승객이 주워서 가지고 다니나. 어디 팔려고 넘긴거 아냐.
혹시나 하고 근처 택시 회사에도 연락해놨으나 점점 체념하게 되고
금요일 저녁엔 이제 회사에 대여폰을 반납하고 그냥 산다고 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토요일 아침, 친정에서 전화가 와서
분당에서 어떤 남자가 휴대폰을 주웠으나 갖다줄 수 없으니 아트센터 경비실에 맡기겠다 연락했단다.

분당...
대체 어떻게 거기로 가게 된건지. 연락한 남자는 누군지
분당까지 가서 사연 많은 폰을 드디어 내 손에!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기사도 아닌 어느 등산객이 산에서 주웠다며 맡겼다나...

폰을 산에 묻기라도 하려 했단 말인가.. 
어쨌든 5일만에 정말 희한한 경로 끝에 내 손에 다시 돌아왔다.
Tag // Life,

어제의 사건, 사고

from 분류없음 2007/05/23 14:51
술. 술. 술
우리가 남이가. 짠.
술. 술. 술~
택시. 부웅 - . 아저씨 봉투 없어요? 우웩
왜 못마시는 술을 그렇게 먹었대요? 기사의 잔소리. 잔소리.
집앞. 잘 들고 내려요 하는 아저씨의 마지막 당부.
렌즈는 빼야지 비틀 비틀 화장실.
네발로 기어서 침대방 가기. 흐느적 흐느적 기어올라가 기절.
이게 사람이야 머야.
팔 다리 몸통 따로 따로 옮겨주며 남편이 투덜투덜.
잠시 후 너 핸드폰 없다. 청천벽력
아 일단 지금은 몰라. 나오지도 않는 대답.

새벽 문득 눈을 떠. 나 진짜 핸드폰 없어?
어디에도 없는 대답 없는 너.
목말라 마신 물도 올라오고 이거는 위액인가벼.
일찍 깬 서진이가 딸기 요플레를 맛있게 퍼 먹네
굳이 엄마도 먹어야 한다며 들이미네
아 괴롭다 혀만 댄다 쩝쩝 엄마 먹었다 fake.
속아프니 허리를 못 펴겠네. 출근길 약국 가 약 좀 주세요.
약사 아줌마 이 약 잘들어. 내가 먹어봐서 알아.
지하철 출근 불가. 택시 타고 다시 기절.

회사 도착 대체 내 핸드폰 어디있는거야.
노래방에 있나 택시 아저씨가 주웠나.
위치 추적이라도 할까. 인터넷 돌아다니는 핸드폰 위치 추적.
난 정말 진지하게 했는데 조크였어 쉣.
울지말고 일어나 다시 내 번호로 걸어보자.
여보세요? 나다! 왜 남편이 나오고 난리니?
번호 똑바로 눌렀나 콱 아직 술이 덜 깼구나.
회사 단말기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네네. 593,676원 변상하센 월급에서 깝니다~
노래방 아저씨 빨리 출근해서 전화 받아주센.
그도 아님 택시 기사 아저씨 팔아먹지 말고 돌려주..
Tag // Life

연애

from 분류없음 2007/04/04 17:13

...

사랑이 운명이라고 믿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운명이란 맞힐 수밖에 없는 답을 결국 맞히는 것이다. 사랑해야 할 연인들에게는 맞힐 수밖에 없는 답이 즐비하다. 신화 속에는 깨진 거울이 서로 만나 온전한 거울이 되는 얘기들이 나온다. 오이디푸스는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주몽은 끝내 고구려의 왕이 된다. 운명은 누구 말마따나 과녁에 명중하도록 쏘아진 화살인 것이다. 그러므로 운명은 100% 명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러니 이미 만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그들의 만남을 운명이라 믿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

단 한 개의 단서도 치명적이며, 단 한 조각의 유류품도 무서운 확신이 된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무능력한 탐정, 서툰 수사관이다. 그들은 법정에서는 채택도 하지 않을 어수룩한 증거 하나만으로도 놀라운 신념에 도달한다. 누구도 그 신념을 철회시킬 수 없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신념. 그것은 운명에 대한 확신이다. 이 서툰 탐정의 눈에 운명적 사랑이라는 사건의 전모는 이미 명백하며 범인의 검거는 식은 죽 먹기다. 화살은 이미 표적에 도달해있고 표적으로 걸어가 10점 만점의 정중앙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뽑아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화살을 뽑아든 우리의 영웅은 이렇게 외치기만 하면 된다. 이게 바로 운명적 사랑이라고.

...

                                                김영하 연재소설 - 퀴즈쇼
 
                                                                                  # 32 중에서



우연히 지난 주말 김영하 연재소설을 봤는데 이 부분이 머리를 콕콕 찔렀다.
정말 나도 그랬었는데.

대학 때 연애를 할 때는
다른 대학 시험보러 가서 겁잡을 수 없이 내내 졸고 (감독관 선생님이 얘 미친거 아냐? 하는 눈으로 계속 눈치 주고 깨워도 소용없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학교에 가게 된 것도
'이 사람을 만날려고 그랬었나봐!' 라고 생각하게 되고
(사실은 니 점수가 안되어서였그등?)

친구의 언니가 이 학교에 아는 사람 있다고 입학 전에 얘기해준게,
알고보니 이 사람이었다는게 너무 너무 신기하기만 하고
(그 언니 친구 많아서 다른 학교에도 있었을거그등?)

nin Trent Reznor 좋아한다는 말에 '엇 나둔대!' 하며 그 사람이 반가워했던게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통할까나 두근거리기만 하거나
(그때 Industrial Rock이 트렌드였그등?)

머 그런 숱한 단서와 확신들..
하지만 그 무능력한 탐정, 서툰 수사관 짓이 후회스럽거나 원망스럽진 않다.
그런 신념들이 있어 충만하고 풍요로운 시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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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월  / 연애시절. 쌈싸페에서. 나의 첫번째 디카 G2로 )


연애와 결혼에서 달라진 점은.
연애는 서로를 위해 따로 할애한 시간 동안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으로만 상대를 이해하는 반면,
결혼은 24시 365일의 생활을 함께 하는 와중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
곧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집중하지 않고도 함께 생활할 수도 있는 거다.
게다가 결혼생활은 두 사람 외에도 마음 쓸 것이 너무 많다.
.잘해주자.


찾아보니, 신혼(언제 끝났는지 모르겠는..) 이후에 우리 둘이 찍은 사진은
작년 여름 휴가때 수영장에서 서진이 의자에 재워놓고 찍은 이정도?
서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를 찍거나, 서로 번갈아 아이와 같이 있는 사진만 찍었다.


나중에 연애시절 처럼 제대로 찍어봐야지.
서진이랑 셋이 찍는 컷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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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Life, 결혼, 연애

풍경

from 분류없음 2007/03/19 11:10
안과 가는 길.

셔츠앤타이 매장 앞에
퀵서비스 아저씨가 헬멧을 쓴 채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며 마시고 있다.

도로 옆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펄이 들어간 비비드한 타이와 셔츠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다.

홀짝..

'빨리빨리 퀵서비스'라고 쓰여진 조끼를 입은채

또 홀짝..
Tag // Life, 관찰일기

서진이 리포트

from 분류없음 2007/02/27 23:17

확대

이제 아주 아주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하하하 -.-;
두세가지를 한번에 시켜도 잘 알아듣고,
제법 사람들을 까무러치게 잘 웃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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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쫑알쫑알 책을 보려고 하거나, 인형을 아기처럼 다루며 이불도 덮어주고 토닥토닥 재워주는 재미가 붙었고











(그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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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갈 때면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입겠다고 떼를 써서, 양말까지도 직접 고르셔야 한단다.












(골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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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고집을 부리다 혼쭐이 나면
어찌 그리 금새 발등이 깨질듯한 눈물을 뚜닥뚜닥 흘리는지.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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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우리 아기가 정말 서진이가 되어간다.
Tag // Life, 아이
목요일 저녁 술약속.
서진이 3월에 보내게 될 어린이집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들렀다 가기로 했다.

#1. 어린이집 OT
간단한 선생님의 얘기와 리모델링 공사 관련 설명.
그리고 새로 부임한 원장 수녀님은 몇십년간 지방에서 장애아동들과 함께 하다 오셨다는데
장애아동통합교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셨다.

통합교육을 하면 학부모들은 걱정도 하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하고,
자녀들이 집에와서 장애아동의 행동을 따라하기라도 하면 깜짝 놀란다는데
그런건 얼마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되고
오히려 그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네살, 다섯살 아이들이 배려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어른들도 참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걸 어린 꼬마 아이들은 참고 기다리고,
정상인 아이들끼리는 장난감 서로 하겠다며 싸우더라도
장애아동이 그 장난감을 가지고 가버리면 뒷짐을 지고 따라가서
그 아이가 무사히 장난감을 내려놓을 때 까지 지켜봐주는 모습도 보고,
행여 친구의 장애를 어른들이 모를까봐 이 아이는 자기가 도와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아이들 인성에 매우 좋은 교육 방식이라는 걸 느낄 거라고 말씀하셨다.

자모회 회장,부회장,반대표 등등..
어린이집에서도 부모들이 하는 일이 왜 그리 많은지. -.-;
새로운 멤버를 뽑는 과정을 결국 다 보지 못하고 약속 장소로 출발.


#2. 삼각지 평양집

추천인이 오래되고 맛있고 유명한 집이라기에 그래 가보자 했건만.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줄이.
다닥 다닥 테이블 정겨우나 옆 사람과 등을 맞대고 먹는 정도.

신선하고 쫄깃한 양을 맛있게 먹는 중에도 수 없이
서빙하는 아줌마 부대끼며 지나가니 한 손에 젓가락 들고 상체 이리저리 빼주기.
손님들 실례 실례 합니다 지나가니 한 손에 젓가락 들고 의자 땡겨 앉기.
맛있다 감탄하면서도 이런 식당 안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키득 거렸다.

정말 딱
통근 시간 지하철 2호선 전철 안에서 의자 놓고 고기 구워먹는 상황...

맛있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양,곱창,양밥 먹었는데 다른 곳 보다 재료나 양이나 훌륭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서로 통하는 좋은 사람들을 깊이 알 수 있었던 날이라
마음이 매우 불렀다.
용민이는 오늘 처음 놀이터에서 만난 이제 8살이 되는 남자아이다.
어제 새벽 내내 찡찡대더니 오늘 오전엔 딸아이의 투정이 너무 심해서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은 아직 추워서,
볕이 좋은 앞에 동 놀이터로 가서 시소를 태워주고 있는데,
앞에서 이 남자아이가 날려오며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다.
마치 알고 있는 아줌마가 나와서 달려온 것 처럼.
나도 그래 안녕~ 대꾸를 해줬는데, 아마 내가 대꾸를 안했더라도 이 붙임성 좋은 아이는 우리와 잘 어울렸을 거다.

시소를 타고 있는 우리 옆에서 시소 위를 껑충껑충 건너 뛰는 묘기를 부리면서
시소에 관한 여러 얘기를 재잘대고, 어린 서진이를 마치 제 동생처럼 배려하고
잘 놀아주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금방 우리는 그 아이에 대한 많은 걸 알게되고,
자기 이름은 용민이고 21살짜리 형이 있고, 태권도를 배우는 중인데 어떤 동작을 할 수 있는지 시범도 보여주고, 태권도장에 대한 저만의 농담도 하면서 같이 깔깔 댔다.
내가 서진이를 안아서 미끄럼틀 위에 올려두고 손으로 잡아주며 미끄럼을 태워주려 하자
제가 올라가서 안고 태워주겠다며 서진이를 꼭 끌어안고 내려와 일으켜주고,
자기가 가지고 나온 음료수도 조심스럽게 먹여주고
'원래 손이 더러우면 애기 만지면 안되는데요.
얘는 지금 손이 더러우니까, 내 손도 더럽지만 같이 잡아도 좀 괜찮아요.
근데 가서 깨끗하게 씻어야 되요'
하며 서진이의 까만 손을 잡고 흔들어준다.

설에 세배돈을 받았는데 친할머니에게 모두 주었다는 것과
외할머니한테는 못 주고 세배도 못했지만 마음은 잘 아실거라며, 오늘 편지를 쓰겠단다.
그 아이와 시소, 미끄럼틀, 그네, 모래 장난 등을 하면서 아주 많은 얘기를 나눴고,
이 놀이터에 올 때는 상상도 못했지만 난 그 애와 모래 가져가기 게임까지 3번을 했다.
(서진이는 옆에서 모래를 뿌려대서 참가를 못하고.. -.-;)

아이는 동생이 갈 때까지 놀아도 괜찮다더니,
아이의 엄마와 할머니가 지나가며 밥 먹으러 오라고 얘기를 하는데도 더 놀겠다고 한다.
서진이도 잘 놀아주고, 자신이 놀이터에서 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오빠가 좋았던지 좀처럼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추워서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고 하니 용민이는 그럼 다음주에 제가 놀러 갈게요.
집이 어디예요? 하며 물어온다.
그아이와 헤어져 돌아오는데 정말 다음주에 그 아이를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또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자연스럽고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오고, 얘기하고, 나눠주고, 아껴주는 법을 어릴 땐 다 알았던가? 몇십분 만에 상대방의 호감과 신뢰도 확실히 얻으며 말이다.

2월 내내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닫혀있었는지를 종종 느낀다.
다행히도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많이 열 수 있었고,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환경과 사람들 탓인지 꽤나 활발해진 나는
예전엔 C형으로 나왔던 DISC 검사에서도 I형으로 나오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케잌

from 분류없음 2006/12/24 23:35



한번에 만들지 못하고,
아침에 빵 구워두고, 외출했다 돌아와
저녁에 생크림과 딸기 장식으로 마무리한 크리스마스 케잌..
한참 짤주머니와 깍지로 모양내고 있는데
서진이가 잠에서 깨어 보채는 바람에 그냥 모양 없애버렸다. -.-;
뽀로로 친구 루피가 만든 케잌보다 엉성해 보이지만,
단면을 자르면 카카오 파우더를 듬뿍 머금은 진한 초코 케잌이라는..

몇주동안 인후염, 중이염에 감기로 고생하다 나은 서진양은
돌아온 식욕을 불태우며, 짜구 난다는 걱정을 듣고 있다.
놀이방 또래 중에 서진이 보다 더 볼록한 배를 가진 남자애를 보고서 좀 마음이 놓였다.

Tag // Life, 아이, 요리, 케잌
아침에 출근하느라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그 시간 즈음 엄마와 버스에서 내리는 여자 아이가 있다.
몇 번씩 본 적 있는 그 아이는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묶고
점퍼에 유치원 가방을 매고 언제나 씩씩하게 내린다.
입을 좀 벌리거나 혀를 내밀고, 약간 돌출된 눈을 가진 아이는 다운증후군이다.
자기가 먼저 내린 후 엄마가 카드를 찍느라 내리는 게 늦으면
'엄마-!!' 하고 야무지게 엄마를 부른다.
어디 이 근처에 통합교육을 하는 곳에 다니고 있나보다.

오늘 아침에도 그 아이와 엄마를 만났다.
나도 딸아이가 커 갈 수록 이렇게 컸으면, 커서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늘어나는데,
저 아이의 엄마는 어떤 바람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다른 엄마들이
더 좋은 성적 받고, 훌륭한 학교 가서 좋은 직업 가질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에게 바랄 때,
혼자 밥 먹고, 생필품 사고, 기본적인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내가 죽어도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차이인가.
그 아이가 아주 작은 발전을 보일 때 누구보다도 큰 행복을 느끼고,
그 만큼의 좌절과 고통을 느껴가며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행복과 아이에 대한 사랑이 다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

방금 소득공제 영수증을 받아오는 길에 또 다른 아이와 마주쳤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널목에 서 있는데 한 할머니가 아이의 얼굴을 장갑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아이가 울었는지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고, 콧물이 나왔는지 할머니는 검은 천장갑으로
아이의 코를 닦고 얼굴을 닦고 옷을 닦아주었다.
눈과 입이 좀 나온 그 아이도 한눈에 다운증후군이란 걸 알 수 있는 외모였지만,
더 어리고, 그 나이때의 아이들과 다름없는 천진하고 뽀얀 너무 예쁜 얼굴의 남자아이었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는지 할머니는 얼굴을 닦아주다 장갑을 뒤집어서 쓰시는데
아이의 얼굴에 장갑에서 묻어나는 검은 얼룩이 보였다.

내 주머니에도 카드키와 지갑 뿐이어서
좀 떨어진 떡볶이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좀 쓰겠다며 몇장 뜯어왔다.
애지중지 손자를 보듬어주고 있는 할머니에게
"이거, 애기 휴지 쓰세요" 하고 건넸더니
할머니는 뜻밖이지만 매우 반기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한다.

신호가 바뀌어 돌아서 길을 건너는데
괜히 울컥 목이 아파온다.
화가 나거나 울적할 때라도 풋~ 하게 만드는 사진.
요놈 오늘 처음 어린이집 갔는데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올지..





Tag // Life, 아이
평일저녁, 일상에서의 증발 공간.

한강 잔디밭 돗자리 위 다른 별세계.

반가운 손님처럼 달려왔던 산책나온 귀여운 개.

살아야 하는 '문제'

꿈이라는 숙제에 시달리는 사람들.

째깍째깍 시간을 먹는 나이.

현실적인,
음주 후 차는 두고가야 한다는
애엄마는 빨리 귀가하라는
다음날 출근이라는
심지어 아침 일찍 스터디 발표자라는
등등... 압박

그때는 행복했는데 돌아오니 슬프다.
Tag // Life, 파티

늦은 여름 휴가

from 분류없음 2006/09/04 00:45
붐비는 성수기를 피해 여름 끝에 다녀온 휴가.
서진이 때문에 멀리는 못갔지만 온가족이 실컷 물놀이를 즐기다 왔다.


외할머니가 사준 분홍 비키니와 모자 착용 + 쨍한 햇빛을 피하기 위한 긴팔..
이 아이에게 공은 가끔 차고 대부분은 이렇게 늘 끌어안고 다니는 것.

more..

삶의 기록

from 분류없음 2006/08/17 14:30

블로그 예전 글을 뒤지던 hochan이 우리가 상견례하고 3개월만에 결혼한거네?
전철에서 사진 찍고 이런 포스트도 올렸었네? 하며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매일 서진이의 사진을 한장씩 올리면서 기록해 나가면 나중엔 엄청난 재산이 되겠지?
둘이 같이 쓰는 비공개 블로그를 하나 만들고, 일상의 기록을 올리며
본인들의 블로그보다도 더 열심히 쓰고 있다.
(비공개가 주는 자유로움이란!! T.T)

서진이는 언제쯤 우리가 쓴 글을 볼 수 있게 될까.
서진이도 나중에 블로그를(뭐 그때까지 블로그란게 남아있다면) 쓴다면
블로거 가족은 어떻게 소통할까?
(자기 생각이 깊어진 이후엔 아무리 가족이어도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소통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다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가끔 가족 중 누군가 쓴 글을 보면,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훨씬 그에 대한 이해가 잘 되기도 한다. )

계보와 이름만 있는 족보가 아닌, 어떻게 살았는가 기록이 남아있는 조상들의 블로그가
만약 지금의 족보를 대신한다면... 문중에서 호스팅 관리를 해야 할까.
블로그 데이터를 백업 받아서 파일로 납골당 같은데 같이 모셔두고,
찾아가서 그 파일 한번씩 뒤적이며 조상을 기리는 행사가 생길까..

나의 친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2달 전에 돌아가셨다.
엄마가 나를 낳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한번 안아보시며 잘 키우라고 말씀하시곤 사라지셨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와 내가 어떤 특별한 관계처럼 생각이 들었다.
커서 할아버지 사진을 보기 전, 어릴 때 딱 한번 친할아버지 꿈을 꾼 적이 있는데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었다. -.-;;

만약 할아버지에 대해 기록된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빠의 삶에 대한 기록이 어딘가 되어있다면, 서진이도 할아버지를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 떠올릴 수 있을까.

낙천적

from 분류없음 2006/05/31 00:38
문득 모닝콜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이렇게 낙천적일 수도 있구나 흠칫 놀람.
Tag // Life

Chris Botti

from 분류없음 2006/05/29 21:39

너무나 너무나 우울해져버린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끔은 아주 평화롭게 느껴지기도..

노을이 한 가득 지는 언덕 위로
하늘에 울려퍼지는 트럼펫 소리 같이

Tag // Life, 음악

노인이 된다는 것

from 분류없음 2006/05/29 21:33
내 기억에 아빠는 언제나 건강한 청년인 것만 같았다.
퇴근 후 한쪽 팔로 나를 들어올리던 그 시절이 한참 지난 얼마 전까지도.
먹는 것은 잘 챙겨먹지 않더라도 늘 조깅을 하고 운동을 좋아하셔서
다른 아버지들 보다도 건강한 사람이라고 의례..

언젠가 산책을 갔다가, 남산 타워에서 남산 입구까지
서진이와 아빠와 셋이 내려오는데
잠든 서진이를 아빠와 내가 번갈아 안았는데..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아빠는 생각보다 참 쉽게 힘들어 했다.

내 기억의 아빠라면 입구까지 계속 안고 갈 수 있었는데
한참을 가다가 결국 뒤따라가던 내게로 돌아서서 '자..'  하구 딸애를 넘겨준 아빠의 표정,
아빠도 이제 노인의 근력이구나..

그리고,
백화점 앞에서 만나기로 한 엄마가 30분이나 지나도록 안와서
난 팔짱을 끼고 화가 난채, 헐레벌떡 지하보도에서 올라올 모습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보이는 엄마 얼굴이 아주 아주 천천히 힘들게 숨을 쉬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는 거..
늦어서 화가 났던 마음이 바로 엄마가 늙어 노인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화로 바뀌어
못본척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버스 앞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의 검버섯 핀 얼굴과
앙상한 어깨를 바라보면서.. 언젠가 내 남편이 저런 노인이 된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고, 남편을 어떤 마음으로 하루 하루 보며 지내게 될까
잠시 생각..
Tag // Life, 관찰일기

D-8 첫 돌

from 분류없음 2006/05/20 02:24

후아..
결혼할 땐 세상 최고 힘든 행사를 치뤘다고 생각했다.



근데 돌잔치가 한수 위인거 같다. -.-

백일도 안했기에 절대 오바하지 않고 그저 겨우 하는 수준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돌잔치 용어 사전이 돌아다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합계출산율이 2명이었다면 이런 돌잔치 문화가 생겨났을까..

Tag // Life, , 아이

5월은 잔인한 달

from 분류없음 2006/05/20 01:58
어린이날
어버이날
3일 연속 서진이 생일, 다음날 호찬 생일, 다음날 어머니 생신

양가 부모님 챙기고, 애 어른 생일 챙기고,
나중에 서진이 크면 어린이날도 지금같지 않을터..
그나마 스승의 날에 학교를 쉬기도 한다니 다행.
(덕분에 급 PV 상승, 어디 가시지들 못하고 집에 계신 학생들께서 어찌나 검색을 많이들 하셨던지..)

암튼. 내년부턴 5월 적금을 들까부다.
Tag // Life

블로그

from 분류없음 2006/04/24 01:38

이제 심각성을 나마저 느끼고 있다.

블로그에 온통 서진이 얘기로 도배질..
회사 생활 이외의 내 투자 시간과 뇌구조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어쩔 수 없군.
(뇌구조 내에서 점점 돌잔치 영역의 확장과 스트레스 적신호가..)

반성하고! 좀 더 다양한 화제로 골고루 올려보자는
잘 될지 모르는 소심한 다짐이 살짝 들까 말까..

...

오늘은 처음으로 서진이랑 같이 목욕했다.
완전 불가마처럼 아늑하고 심해처럼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첨엔 낯설어서 울먹이더니, 달래서 배 위에 올려놓고 누워
'서진이 열달 동안 엄마 뱃속에 이러고 있다가 쏙 나왔지~'
하며 팔 다리를 움직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저도 가만히 듣다가 졸음마저 오는 모양.  

노랑 목욕오리와 명상에 잠겨있는 서진이의 평화를 깨고
중간에 불쑥 '아빠가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아!' 했던 최모씨를 뺀다면,
우리 둘의 만족도는 500%랄까?
나른한 서진이는 밤새 무슨 꿈을 꿀까..

결국 오늘도 빼먹지 않고 서진이 얘기로 끝-

Tag // Life, 진s 모녀

정말 아찔했던 말

from 분류없음 2006/04/10 10:55

그럭저럭 나는 잘 쓰던 집 컴퓨터를, 느리다 답답하다 동영상 편집도 못한다 해서
기어이 새로 바꾸기로 하고, 새 컴퓨터가 도착해서 한참 방에서 세팅하던 남편이
갑자기 헉 소리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옛날 컴퓨터에 있던 사진 다 날아간거 같애!'

순간 서진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디카로 찍어줬고
열심히 하루 하루 찍어줬던 모든 사진이 다 거기에 있는데
그게 날아갔다는 소리에 할말이 없어졌다.
그러면서도 복구할 수 있겠지 설마.. 하며
복구 방법을 찾고 있는 남편 옆에 조용히 서있었다.
부담이 됐는지 슬쩍 고개를 돌려 '왜..'하는 그에게.

'복구 못하면 둘이 집 나가야 되는 거 알지.
컴퓨터랑 오빠랑 나가서 살아.. -.-+ '

다행히 복구해서 무사히 같이 살기로 했다.

Tag // Life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괴로운 사람도 없고,
다른 이들로 인해 나도 괴롭지 않고,
사랑하면서 살면 좋겠다.
그런데 당신은 사랑이란 걸 어떻게 느끼는지..?

아버지 돌아가신 친구가 게시판에 남긴 글..
"다음 생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랍니다.
토요일날 발인까지 다 마치고
밀린 잠을 실컷 자고 pc 방에 왔습니다.
날씨가 참 좋군요.
어제 아침엔 마치 소설처럼
우리집 개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그 강아지는 남 주지 말고 잘 키우라고 했다.
환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다른 무엇에 같은 영혼이 깃든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내가 겪은 죽음들,
보지 못한 할아버지, 사랑했던 강아지, 친하지 않았던 대학 친구,
친척 어르신들, 친구들의 부모님.. 그들은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어제 아빠가 집안 문제로 마음아파하며 소주 일잔 하시더니...
옛날 얘기를 해주었다.
할아버지는 정말 엄하신 분이셨단다. 대쪽같은 성격에 호통도 잘치시는..
중풍으로 쓰러지신 후 돌아가시기 전까지 몇 달도 안되는 동안,
저녁때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서 아빠를 기다리셨다고 한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시니 넘어지셔서 다리와 손은 상처투성이인데도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를 마중나와 기다리셨단다.
아빠는 어둑한 정류장에 할아버지가 나와계시는 걸 한사코 말렸는데
늙은 아버지를 업고 집까지 걸어가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부자간에 쌓인 모든 앙금을 풀고 돌아가셨다고...
아빠는 할아버지를 업고 집으로 가는 길이 가장 행복했단다.

...

from 분류없음 2002/09/26 03:00

어제는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큰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개구리 소년들도 유골로 발견되었다.

숨차게 살다가, 가을날 아침 문득
'나 ooo인데, 우리 아빠 돌아가셨거든..'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순간 제자리에 멈춰서게 된다.
철저히 어떻게 살것인가에만 몰두하다가
갑자기 어떻게 죽을것인가란 화두로 전환되는 순간의 괴리감이라고나 할까.
무엇을 얻고 어떻게 누리며 살것인가 하는 고민과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다른거니까..

그러고 보니 정말 친구들의 아버님 부고를
이맘때쯤 받은 적이 두어번 있구나.
감정을 삼키고 담담히 말하려고 하는 친구의 목소리에
난 바보같이 '...진짜야?...' 라는 말만 계속하고.
거짓말일리 없는데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어제 새벽 영안실에서 친구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실감이 안나는지
시간이 지나면 많이 생각나겠지만 지금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도 자기 결혼하는 거나 보고 가시지 라는 말이 계속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