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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운명이라고 믿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운명이란 맞힐 수밖에 없는 답을 결국 맞히는 것이다. 사랑해야 할 연인들에게는 맞힐 수밖에 없는 답이 즐비하다. 신화 속에는 깨진 거울이 서로 만나 온전한 거울이 되는 얘기들이 나온다. 오이디푸스는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주몽은 끝내 고구려의 왕이 된다. 운명은 누구 말마따나 과녁에 명중하도록 쏘아진 화살인 것이다. 그러므로 운명은 100% 명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러니 이미 만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그들의 만남을 운명이라 믿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단 한 개의 단서도 치명적이며, 단 한 조각의 유류품도 무서운 확신이 된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무능력한 탐정, 서툰 수사관이다. 그들은 법정에서는 채택도 하지 않을 어수룩한 증거 하나만으로도 놀라운 신념에 도달한다. 누구도 그 신념을 철회시킬 수 없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신념. 그것은 운명에 대한 확신이다. 이 서툰 탐정의 눈에 운명적 사랑이라는 사건의 전모는 이미 명백하며 범인의 검거는 식은 죽 먹기다. 화살은 이미 표적에 도달해있고 표적으로 걸어가 10점 만점의 정중앙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뽑아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화살을 뽑아든 우리의 영웅은 이렇게 외치기만 하면 된다. 이게 바로 운명적 사랑이라고.
김영하 연재소설 - 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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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중에서
우연히 지난 주말 김영하 연재소설을 봤는데 이 부분이 머리를 콕콕 찔렀다.
정말 나도 그랬었는데.
대학 때 연애를 할 때는
다른 대학 시험보러 가서 겁잡을 수 없이 내내 졸고 (감독관 선생님이 얘 미친거 아냐? 하는 눈으로 계속 눈치 주고 깨워도 소용없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학교에 가게 된 것도
'이 사람을 만날려고 그랬었나봐!' 라고 생각하게 되고
(사실은 니 점수가 안되어서였그등?)
친구의 언니가 이 학교에 아는 사람 있다고 입학 전에 얘기해준게,
알고보니 이 사람이었다는게 너무 너무 신기하기만 하고
(그 언니 친구 많아서 다른 학교에도 있었을거그등?)
nin Trent Reznor 좋아한다는 말에 '엇 나둔대!' 하며 그 사람이 반가워했던게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통할까나 두근거리기만 하거나
(그때 Industrial Rock이 트렌드였그등?)
머 그런 숱한 단서와 확신들..
하지만 그 무능력한 탐정, 서툰 수사관 짓이 후회스럽거나 원망스럽진 않다.
그런 신념들이 있어 충만하고 풍요로운 시기였으니까.
연애와 결혼에서 달라진 점은.
연애는 서로를 위해 따로 할애한 시간 동안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으로만 상대를 이해하는 반면,
결혼은 24시 365일의 생활을 함께 하는 와중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
곧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집중하지 않고도 함께 생활할 수도 있는 거다.
게다가 결혼생활은 두 사람 외에도 마음 쓸 것이 너무 많다.
.잘해주자.
찾아보니, 신혼(언제 끝났는지 모르겠는..) 이후에 우리 둘이 찍은 사진은
작년 여름 휴가때 수영장에서 서진이 의자에 재워놓고 찍은 이정도?
서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를 찍거나, 서로 번갈아 아이와 같이 있는 사진만 찍었다.
나중에 연애시절 처럼 제대로 찍어봐야지.
서진이랑 셋이 찍는 컷도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