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느라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그 시간 즈음 엄마와 버스에서 내리는 여자 아이가 있다.
몇 번씩 본 적 있는 그 아이는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묶고
점퍼에 유치원 가방을 매고 언제나 씩씩하게 내린다.
입을 좀 벌리거나 혀를 내밀고, 약간 돌출된 눈을 가진 아이는 다운증후군이다.
자기가 먼저 내린 후 엄마가 카드를 찍느라 내리는 게 늦으면
'엄마-!!' 하고 야무지게 엄마를 부른다.
어디 이 근처에 통합교육을 하는 곳에 다니고 있나보다.

오늘 아침에도 그 아이와 엄마를 만났다.
나도 딸아이가 커 갈 수록 이렇게 컸으면, 커서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늘어나는데,
저 아이의 엄마는 어떤 바람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다른 엄마들이
더 좋은 성적 받고, 훌륭한 학교 가서 좋은 직업 가질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에게 바랄 때,
혼자 밥 먹고, 생필품 사고, 기본적인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내가 죽어도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차이인가.
그 아이가 아주 작은 발전을 보일 때 누구보다도 큰 행복을 느끼고,
그 만큼의 좌절과 고통을 느껴가며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행복과 아이에 대한 사랑이 다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

방금 소득공제 영수증을 받아오는 길에 또 다른 아이와 마주쳤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널목에 서 있는데 한 할머니가 아이의 얼굴을 장갑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아이가 울었는지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고, 콧물이 나왔는지 할머니는 검은 천장갑으로
아이의 코를 닦고 얼굴을 닦고 옷을 닦아주었다.
눈과 입이 좀 나온 그 아이도 한눈에 다운증후군이란 걸 알 수 있는 외모였지만,
더 어리고, 그 나이때의 아이들과 다름없는 천진하고 뽀얀 너무 예쁜 얼굴의 남자아이었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는지 할머니는 얼굴을 닦아주다 장갑을 뒤집어서 쓰시는데
아이의 얼굴에 장갑에서 묻어나는 검은 얼룩이 보였다.

내 주머니에도 카드키와 지갑 뿐이어서
좀 떨어진 떡볶이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좀 쓰겠다며 몇장 뜯어왔다.
애지중지 손자를 보듬어주고 있는 할머니에게
"이거, 애기 휴지 쓰세요" 하고 건넸더니
할머니는 뜻밖이지만 매우 반기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한다.

신호가 바뀌어 돌아서 길을 건너는데
괜히 울컥 목이 아파온다.